출발
조카들이 방학이라고 한국에 들어왔는데 집에만 있는 것도 안쓰럽고 해서 강원도로 여행 가기로 했습니다. 조카 둘, 우리 부부, 큰딸, 어머니 이렇게 6명이 출발했습니다.
저희는 자동차가 5인승인 관계로 카니발을 렌트했습니다.
렌트한 자동차가 주행거리 4000km밖에 되지 않은 까닭에 차를 보자 더 흥분되었습니다. 내차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자동차가 사랑스러운지요.
요즘 차 정말 잘 나옵디다. 좌, 우 깜빡이를 켜면 카메라로 옆을 비추는 것이 화면에 뜨는 것을 보고 "정말 좋다~"만 연발했습니다. 정말 우리나라 자동차 잘 만드는 것 같습니다. 또 신차를 타니 차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더군요. 하지만 큰 차는 역시 운전이 피곤합니다. ' 역시 작은 차가 운전하기가 편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내 차를 다시 애정이 어린 눈으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재수하는 둘째 딸을 학원에 내려놓고 그 길로 강원도로 출발했습니다.
1일 차 아침 겸 점심
저희 부부는 여행의 목적이 먹는것 입니다. 20년 살다 보니 원래 같은 취향이었는지 같아졌는지도 헷갈립니다. 내려가면서 식당을 검색해 보라고 했더니 원주에 있는 막국숫집을 추천하더군요.
들어갔습니다. 남편이 강원도 사람이라 강원도 갈 때마다 막국수를 항상 먹고 옵니다. 웬만한 곳은 먹어봤다고 생각했는데 막국숫집은 한도 끝도 없나 봅니다. 맛집들도 왜 그리 많은지 한도 끝도 없이 나오는 러브버그 같습니다.
속초해변 도착
숙소에 체크인하기에는 시간이 아직 남아 아이들을 속초 해변에 풀어놓기로 했습니다.
원터치 텐트를 창고에서 꺼내 왔는데 아무도 차에 싣지 않았답니다.
주차장에 그대로 방치한 채 몸만 타고 왔습니다.
날도 너무 덥고 파라솔을 두 개 빌렸습니다.
저는 가끔 궁금합니다. 22살인 저의 큰딸은 아직도 모래놀이가 왜 좋은 건지.
그 옆에서 같이 놀고 있는 고등학생 조카도 그게 정말 재미있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숙소 도착 및 간식
숙소는 예전에도 투숙한 적이 있던 곳입니다.
체스터톤스 속초로 갔습니다. 전 이곳이 좋습니다.
방 2개, 화장실 2개인 숙소입니다. 거실에서 보이는 밖에 좋습니다. 밤에 수영장 불이 켜지면 꼭 동남아에 놀러 온 기분이 듭니다.
딸아이가 엄마는 사진을 너무 막 찍는다고 구박해서 자제했습니다.
아이들과 남편을 속초해변에 떨궈두고 저는 엄마와 함께 중앙시장에 가서 아이들 먹을 것을 샀습니다.
저는 이상하게 해수욕이 좋은 줄 모르겠습니다. 척척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싫습니다.
아이들이 묻습니다. 수영은 어떻게 다니는지 모르겠다고....
간식은 만석닭강정을 샀습니다. 지금처럼 만석이 커지기 전에는 맛있었는데 위생 논란이 한번 터진 이후로는 별로 먹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카들은 처음 먹어보는 것이기에 샀습니다.
이제는 기업이 되어버린 만석 닭강정을 보자면 돈은 저렇게 버는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여하튼, 닭강정과 꼬마김밥을 사고, 배추전, 튀김, 오징어순대, 배추 전, 메밀 전을 사서 왔습니다.
1일 차 점심 겸 저녁
엄마는 배고프시다고 시장에서 사 온 음식을 허겁지겁 드시고 나가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모두 샤워를 하고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 겸 나갔다 오자고 꼬셨습니다.
지금 안 나가면 다시는 안 데리고 다니겠다는 협박과 함께.
저녁은 물회로 정했습니다.
오징어가 풍년이라더니 오징어 물회는 저희 바로 앞에서 품절이랍니다.
아쉽더군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넷플릭스를 로그인 해주었습니다.
오징어도 못 먹었는데 오징어게임을 보더군요.
저는 엄마가 주무실 방에 따라 들어가 올 때 사 온 수제맥주를 마셨습니다.
몽땅 마시고 버리는 바람에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워낙 사진을 안 찍는 스타일이다 보니 이번엔 그나마 이 정도의 사진을 건진 것도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일 차 아침
소머리 국밥을 먹으려고 했으나 남편이 옹심이를 권하는 바람에..
엄마도 옹심이를 좋아하십니다.
아침을 먹고 시장에서 벌집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엄마가 예전에 먹었던 게살 전이 너무 먹고 싶다면서 포장해 가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셔서 4개를 포장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서울로 출발하니 서서히 막히더군요.
망했습니다.
2일 차 점심 겸 저녁
어찌어찌 올라오다 보니 2시가 넘었습니다.
운전하던 남편이 길가에서 산 옥수수를 3개나 먹고 있는 겁니다. 거기다 건빵까지 먹길래 물었습니다.
" 뭘 그렇게 먹어~?" 그랬더니 어이없게 " 점심이야. "
제 혼자만 입인가 봅니다.
" 너만 먹냐?" 그때가 남양주였던 관계로 남양주 음식점을 검색했습니다.
밥을 먹으러 고속도로에서 국도로 빠졌습니다.
저희는 항상 어느 지역에 가면 블루리본 음식점을 검색해서 들어갑니다.
그렇게 간 음식점은 저희 입맛에 맞지 않아도 실패가 없습니다.
맛있더군요.
집에 돌아오니 둘째 딸이 집안을 얼마나 개판으로 만들어 놨는지 할 일이 태산이었습니다.
하하하
여하튼 봉사하러 다녀온 여행이었습니다.
이것들이 저희 노고를 이것들이 커서 알는지 모르겠습니다.
증거로 남겨서 나중에 한 번 벗겨 먹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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