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주말의 문을 열면 삼계탕이 있다주말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현관문을 열었다.그 순간—훅.삼계탕 냄새가 코를 강타한다.닭 한 마리, 인삼, 마늘, 대추, 찹쌀의 향이 한데 뒤섞여 한증막처럼 퍼진다.이건 단순한 음식 냄새가 아니다.이건 전투다.우리 옆집은 주말마다 삼계탕을 끓인다. 초복, 중복, 말복을 따지지 않는다. 여름 겨울 가리지 않는다. 그 집의 시간은 ‘계절’이 아니라 ‘계탕’으로 흐른다.문제는 그 향이 우리 집 거실까지 자연스럽게 흘러든다는 것이다.심지어 우리 집 에어컨 실외기는 왜 그리 옆집 냄새에 충성스러운지.남편에게 말했다.“여보, 에어컨 바람에서 삼계탕 냄새 나.”TV는 배달 음식 광고를 틀고, 나는 달력을 본다.일요일. 남편은 소파에 널브러져 마치 수분 빠진 오징어처럼 꼼짝도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