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단순하게 많은 양을 외우는 것이 아니다. 공부는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 방식에 따라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지과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기억, 주의, 사고, 문제 해결 방식과 같은 것들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인지과학에 대한 부분을 활용하면 공부에 대해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학습에 관련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이것을 바탕으로 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분산학습
사람이라는 존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이다. 이런 것들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학습 내용을 일정한 간격이 지난 후에 반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분산학습이라고 한다. 이런 짧고 반복적인 복습은 장기적으로 기억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반복의 간격은 하루, 3일, 일주일, 한 달 등 개인의 스타일에 맞추어 작성하되 점차 기간을 늘려 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다. 단어를 암기한다고 예를 들어보자. 단어를 암기할 때 한 번에 100개를 외우기보다는 15개씩 나누어 암기하고 복습하고 일주일 뒤에 전체를 점검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단어 암기의 경우 하루에서도 시간별로 나누는 것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다. 사람은 처음에 익힌 내용과 나중에 익힌 내용에 대한 기억력이 강한 편이다. 나의 경우에서도 고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 동안에 단어를 10개씩 외우는 것으로 쪼개어 단어를 암기하곤 했다. 초두 기억력을 많이 이용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2. 능동적 회상
공부를 할 때 읽기나 필기보다는 공부 내용을 스스로 떠올려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효과적이다. 수업 후나 공부 후에 책을 덮고 내용을 스스로 기억해서 써보거나 설명하거나 문제를 직접 만들어서 풀어보는 방식이 있다. 이런 방법은 기억의 검색 경로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방법은 학습 내용을 깊이 각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능동적으로 회상하는 방법은 교과서를 보지 않고 흰 종이를 써내 내용을 스스로 적어 보는 것이다. 나의 경우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해주시는 필기를 적지 않고 표시만 했었다. 공부할 내용은 너무 많았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수업 시간 도중에 모두 외우자는 생각에 극단적으로 그런 방법을 택했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수업 도중에 수업과 관련이 없는 말씀을 하실 경우 표시된 곳을 보며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해 내려고 노력했다. 이 방법을 쓰게 되니 처음에는 기억을 떠올리는 데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물론 효과가 좋았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던 것 같다.
3. 교차학습
교차학습은 바꾸어 학습한다는 뜻이다. 이는 비슷한 문제의 유형을 반복하는 것은 효과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양한 문제 유형을 번갈아서 푸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영어에서는 듣기, 독해를 번갈아 연습하는 것이 해당이 된다. 또한 과목을 교차하여 시간을 정해놓고 바꾸어 공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공부하다 보면 입의 순간이 올 수 있는데 몰입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면 교차학습은 잠시 미루는 것도 추천할 만한 한 방법이다.
4. 이중부호화
같은 정보를 시각 자료와 언어자료를 동시에 학습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개념을 글로 정리하면서 옆에 그림을 그려 넣거나 도표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시각적인 방법과 언어적인 방법을 동시에 자극하기 때문에 기억에 더 잘 남도록 해준다. 영어 단어를 외울 경우 읽기, 쓰기를 동시에 할 경우 내가 말한 내용을 듣기도 하기 때문에 더 자극이 많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학원 학생들이 졸려하면 러닝머신 위에서 걸으면서 큰소리로 단어를 읽게 한다. 조금 다른 내용이긴 하지만 신체를 움직임으로 해서 자극하는 방법도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5. 심층 처리
단순하게 반복하는 방법을 쓰기보다는 의미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학습해야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내용이다. 새로 익혀야 하는 개념을 공부할 때, 이미 알고 있던 지식을 비교하거나 대조하거나 예시를 만들어 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기존 지식과 새로 익히는 지식을 결합하는 방식은 연결구조를 튼튼히 할 수 있다. 정보의 구조와 의미에 집중하여 연결 구조까지 엮어 넣으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예를 들어 경제 용어를 외워야 한다고 해보자. 이는 실생활에서 어떻게 그 용어가 쓰이고 있는지 뉴스나 신문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매번 수학 수행평가에서 나오는 단골 주제가 있다. 실생활에서 수학이 이용되는 경우를 보고서로 쓰는 것이다. 귀찮은 수행평가라 생각하지 말고 학습 내용을 더 잘 익히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6. 주의 조절 전략
집중력이란 것은 한정된 자원이다. 따라서 쉽게 소모되는 경향이 있다. 한 연구에서는 사소한 선택을 반복하게 할 경우 정말로 집중해야 할 문제에 마주쳤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시간이 현저히 짧아졌다는 결과가 있다. 집중력이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생활을 단순화하는 것이 엇보다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주의 조절 전략은 한정된 집중력을 관리하는 방법으로 대표적으로 호모도 기법이 있다. 호모도 기법은 이전 글에서도 설명한 바가 있다. 이 방법은 25분 집중 후 5분을 휴식하는 것이다. 이 외에 산만한 요소를 차단하는 방법이 있다. 스마트폰에 차단 앱을 까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명확하게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근래 들어 멀티태스킹이라는 개념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집중의 단계로 들어가는 것이 힘들 과정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 음악이 함께한다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학원생들도 이어폰을 귀에 끼고 공부한다. 항상 잔소리처럼 하는 말이 "시험을 볼 때는 이어폰을 끼고 할 수가 없어"라면서 음악을 듣지 못하게 한다. ' 나는 집중을 하고 있다'라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음악의 가사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는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도움이 되는 음악은 가사가 없는 클래식과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외에도 물 흐르는 소리, 새소리 같은 것들은 집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이건 멀티태스킹은 몰입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7. 메타인지 전략 활용
메타인지에 관련된 전략은 앞에서도 설명한 바가 있다. 여기서는 요약 정리하고자 한다. 메타인지 전략 활용은 공부 전에 목표를 정하는 것이다. 공부 중에는 스스로가 어느 정도 이해를 했는지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학습 후에는 복습 및 피드백이 필요하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능력은 공부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8. 수면과 운동의 역할
충분한 수면이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수면을 통해야만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집중력에 많은 도움이 된다. 수면은 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이다. 시험 전에 밤을 새워 공부하는 경우가 있다. 실질적으로는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생체 리듬이 깨져 몰입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시험이라면 조금 잠을 줄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은 든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지만 몸의 컨디션을 좋게 하기 위해 간단한 산책이나 스트레칭은 공부에 도움이 된다.
9. 정서와 동기의 관리
공부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의 멘탈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내적인 동기가 강하면 집중력과 지속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학습이 자기 성장과 연결이 될 때 도파민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도파민이 활성화될 때 몰입의 상태에 들어가기가 쉬워진다. 외부의 압박이 아니라 내가 성장하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공부 의욕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인지과학은 학습의 효과를 높이는 데 있어 실질적인 방법들을 제시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 기억을 형성하는 방식에 대해 인지과학을 통해 이해하게 되면 효율적인 공부가 가능해진다.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뛰어나게 될 수가 없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기 위해 분산학습, 능동적 회상, 이중부호화 같은 모든 방법을 나에게 맞게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메타 인지적 사고와 자신을 점검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공부 도구 중에도 구 중의 하나이다. 결국 공부를 잘하는 것은 공부의 양이 아니다. 올바른 방법으로 나에게 맞는 전략을 찾고 지속해 나가야만 성과가 있는 것이다. 누구나 인지과학을 기반으로 자신의 공부에 대해 설계한다면 기존의 방법보다는 훨씬 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