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의 운동, 취미가 아니다. 살려면 해야 한다.
처음으로 체력이 떨어짐을 느낄 때
어린 나이에는 체력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은 다른 학생들도 그렇듯 항상 졸렸습니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어 술을 접하게 되면서 나의 체력이 남들보다 월등히 좋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신나게 마시고, 놀고, 즐겼습니다.
대학 4학년이 되어서도 남들은 졸업작품만으로 힘들어하던 그 시기에 저는 새벽에 영어 회화 (결론적으로는 말은 못 하고 독해만 가능한 괴물이 되었습니다), 학교수업 (이것도 펑크 난 학점을 메우느라 27학점을 들었습니다 ) 저녁에는 마케팅 학원에 다니며 그야말로 갓생을 살았습니다.
그 결과 4학년 1학기에 과 전체 수석이라는 타이틀에, 장학금도 받게 되었지요. 이런 생활을 보냈기 때문에 체력이 달린다는 말은 저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런 좋은 시절도 한때지요.
저는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방학 기간에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알려주겠다는 열정으로 수업을 일찍 당겼고, 평소보다 길게 수업했습니다.
저녁에 수업을 마무리하고 아이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나면 그냥 뻗어서 다음날 일어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집안은 그야말로 개판이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온 남편은 그렇게 된 집안을 보며 화를 냈습니다.
그거 해서 얼마나 번다고, 다 때려치우고 살림이나 똑바로 해
그때는 정말 화가 나고 억울했습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시작한 학원이 아닌데 말입니다.
그때 다짐했습니다.

' 늙고 나서 두고 보자. 복수할 테다.' ' 네가 나한테 했던 말을 똑같이 해줄 테다.'
결론적으로 남편이 퇴직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저에게 비굴하게 물어보곤 합니다.
" 나 언제 퇴직해? 당신 파이프라인 언제 다 만들어?"라고요.
저는 쿨하게 대답합니다. " 닥쳐! "
체력 회복을 위한 노력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처음에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했습니다. 바로 건강에 좋다는 영양식품을 엄청나게 먹는 것이었습니다. 한약도 먹고, 홍삼도 먹고...
처음에는 정신이 좀 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일시적이었고, 체력이 떨어지니 글자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멍한 상태로 눈으로만 글자를 보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운동만이 살길
운동은 대학 다닐 때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때 한 운동은 취미었기 때문에 친한 친구와 헬스장에 가서 유산소 운동을 조금 한 후 건물 밑에 있는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살은 점점 더 불어나게 되었습니다.
체력이 떨어지고 난 이후에 운동은 생존의 방법이지 취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침잠이 많았던 저는 새벽 운동은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뭔가를 배우는 걸 좋아했던 저는 운동 종목으로 수영을 선택했습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운동을 하려니 가능한 시간이 새벽 6시 수영밖에 없었습니다.
여름이 되면 수영장은 초급반을 등록하려는 사람들로 그야말로 전쟁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은 한겨울에 운동을 시작해서 재등록으로 연결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6시까지 운동을 하러 가려고 하니 집에서 최소한 5시 반에 일어나서 나가야 했습니다.
깜깜한 하늘을 보면 당연히 가기 싫은 건 모든 인간의 본능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 지금 일어나서 수영장에 가지 않으면 난 죽어'라고 생각을 하니 뭉그적거리면서 있을 여유가 없어지더군요.
살고 죽는다는데 귀찮은 것이 대수겠습니까?
당연히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야지요.
그렇게 38세의 나이에 저의 운동은 시작이 되었습니다.
날씬한 몸매는 나의 길이 아니야.
저의 남편은 배가 정말 많이 나왔습니다. 임신할 때 저의 배와 비슷한 정도입니다. 배 모양이 볼록한 것이 누가 봐도 딸을 임신한 배입니다. 그런 남편이 저에게 매번 뱃살 빼라고 잔소리합니다.
젊을 때도 그랬지만 정말 양심이 없는 인간입니다.
" 당신 복근 생기면 소원 들어줄게"라고.
' 네 돈이 내 돈인데 내가 왜 굳이?? '라는 생각을 하는데 맨날 소원 들어준답니다.
처음에는 날씬한 몸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저의 키는 169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운동을 못해서 몸무게가 70kg까지 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뭐 그리 빠진 몸무게는 아닙니다만... 운동 안 하던 시기에 정말 편하고 행복했습니다.
그 몸을 해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친구에게 근종 때문에 상담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가 그러더군요.
야. 너 키도 큰데 살까지 찌니까 어마어마하다. 너 거인 같아.
좀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살이 쪄도 남편 옆에 있음 전 정말 아담하거든요.
저의 몸의 크기와는 별개로 살을 좀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혈압이 높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 생존을 위해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구나.'
처음에는 살도 빼고 11자 복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몸에는 11자 복근이 있습니다. 물론 살에 가려져 지금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안에 분명히 자리 잡고 있을 것입니다. 전 정말 복근 운동을 열심히 하거든요.
제가 지금 내린 결론은 나의 배에 있는 지방은 없으면 좋겠지만 그냥 평생 같이 갈 수 있는 친구로 인식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스트레스가 더 안 좋을 테 니까요.
운동 후에 달라진 점
날씬해졌다.
이런 말은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체력을 측정하는 건 인바디로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숙취가 심하면 다음다음날까지 술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음 날 저녁이면 술 생각이 다시 나거든요.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이 좀 편해진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으니 체력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운동을 루틴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
지금도 그렇지만 운동은 항상 가기 싫습니다. 막상 다녀오면 정신도 맑아지고 뿌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운동 중독 정도의 고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에 운동 루틴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 내가 아무리 술이 떡이 되어 일어나기 힘들어도 절대적으로 하는 일이 뭘까? '
그건 제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일단은 수영장 주차장에는 갔다 오자.
이런 마음으로 일단은 차를 수영장으로 몰고 갑니다.
일단은 들어가서 샤워만 하고 나오자.
일단은 들어가서 수업을 15분만 하고 죽겠으면 나오자.
이런 식으로 ' 일단은~ '이라고 생각하니 점점 수영장 빠지는 횟수가 줄어들었습니다.
매일 수영장에 다니면서 욕심도 생기고 접영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PT도 등록을 하였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근력운동이 체력 향상에 가장 좋다는 생각입니다.
PT를 다닌 이후가 숙취 해소가 가장 빨랐거든요.
지금은 비싸서 안 합니다.
수영을 한창 배울 때 루틴으로 만들어 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둘째 아이가 재수하고 있어서 재수학원에 데려다주고 바로 운동을 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빠가 학원에 데려다준다고 하여 ' 아싸~ 오늘 운동 땡땡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은 미성년자 자녀에 대한 의무감으로 하는 일을 운동에 붙여 최대한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빠지지 않을 일 뒤에 운동을 붙일 생각입니다.
지금 당장 시작할 때
내가 살아가는 날 중에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70대 중반입니다.
평생을 아끼며 사셨습니다.
그런 어머니께 개인 PT를 억지로 모시고 가서 결재하려고 했습니다. (결국 엄마가 저보다 돈이 많으셔서 당신께서 등록하셨습니다.)
어머니는 하체가 아주 부실하시고 걸을 때 몸이 자꾸 앞으로 쏠리십니다. 남동생이 근무하는 국가에 한번 다녀오시더니 일주일을 누워계셨습니다.
자기 몸이 건강해야 자식들 덜 힘들게 한다는 생각으로 동사무소 요가, 아쿠아를 열심히 다니셨습니다.
그래도 걸을 때 몸이 앞으로 쏠리셨습니다.
이제 8회 정도 운동을 하셨습니다.
운동 후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고 말씀하십니다. 워낙 목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시는 분이라 옆에서 엄청 세뇌했습니다. " 몇백 들어서 혈압약, 당뇨약 줄이면 그게 더 이익이지. 돌아가시면 다 자식 좋은 일 시키는 건데 그냥 쓰고 사셔"라고요. 70 중반에도 근육 운동은 생활을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70 이하 여러분들.
지금 바로 운동 시작하십시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몸에 근육을 저축합시다. 그래야 건강하게 잘 놀 수 있습니다.
내일은 운동을 하러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포스팅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