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꼭 깨끗해야만 하는 걸까요?
오늘도 출근 전에 집 청소를 하느라 학원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좀 늦게 도착했습니다.
이거 꼭 해야 하는 걸까?
결혼 전에는 내 방을 발로 헤치면서 들어가도 아무 불편함이 없었는데...
집 청소에 대한 배우자와의 견해차
결혼을 하고 보니 시어머님께서 너무도 깔끔한 분이셨습니다.
남편 친구의 표현에 의하면 남편 집에 대학 시절에 술 마시고 남편 집에서 하루 잔적이 있다고 합니다.
어머님께서 이불을 펴 주셨는데 이불에서 눈 밟을 때 나는 뽀드득 소리가 났다나 뭐라나.
이 표현은 정말 남편 친구의 표현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어머님은 정말 깔끔한 분이셨습니다. 이런 표현을 쓰자면 저희 친정이 너무 지저분하게 느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님 댁 걸레가 저희 집 행주보다 깨끗했습니다.
그런 남편과 얼추 맞춰 살려고 하다 보니 청소라는 것은 끝나고 나서 개운함을 느끼는 행위가 아니라 스트레스의 원인이었습니다.
연년생 딸들을 키우면서 저는 아이들의 오감 발달에 좋을 것 같아서 어린이집에 다닐 때부터 밀가루 반죽을 시켰습니다. 단순이 다 된 반죽을 준 것이 아니라 밀가루와 물만 주었습니다. 남편의 눈이 뒤집어지더군요.
실컷 놀고 나서 치우면 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는데 남편은 반대였습니다.
' 애 둘이 쉬운 줄 알아? 애 키우면서 집이 어떻게 깨끗해?'라는 생각에 주말 보강을 핑계 삼아 아이들만 맡기고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보강이 끝나고 들어와도 집은 깨끗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남자는 아이들을 따라다니면서 치우고 있었습니다. " 주말인데 일하는 평일보다 왜 더 힘들지? 이상하다. " 라면서 아이들의 물건을 줍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 남편이다 보니 청소에 관해서 저에게 잔소리가 심했습니다.
" 청소할 거면 입을 다물고 하면 정말 예쁠 텐데.. 고놈의 주둥이가 점수 다 깎아 먹네"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변하지 않더군요.
하루는 제가 그랬습니다.
" 어머님께서 너무 깔끔하셔서 당신의 면역력이 좋지 못한 것 같아. 나는 우유 유통기한 일주일 지난 거 마셔도 아무렇지 않은데 당신은 금방 탈 나잖아? 그건 좋지 않은 것 같아."
" 면역력 좋아지라고 우리 애들 썩은 거 먹여? " 썩었다니요. 썩은 거 아니라고 해도 유통기한을 하루만 넘겨도 싱크대에 우유를 콸콸 쏟아 버리더군요.
" 여보. 나는 지져분한 것 봐도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아. 근데 당신은 스트레스받잖아? 근데 내 생각에는 우리 애들이 결혼하면서 지저분해진 집을 보면서 스트레스받는 것보다는 안 받는 스타일로 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드네~"
이 말에는 남편이 아무 말도 못하더군요.
부부는 비슷해진다더니
남편과 같이 산 지 20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둘이 절충되더군요.
" 우리 와이프 닮아 청소가 귀찮네. 그냥 청소하지 말자~" 라면서 남편은 먼지 구덩이에서 굴러다닙니다.
반면 저는 오전에 운동 다녀와서 점심 먹고 집 청소를 합니다. 오늘과 같은 수요일은 화장실 청소가 있는 날입니다.
나름의 시간과 규칙을 정해놓고 매일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놀러 오면 밥 안 해 먹고사는 집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그렇게까지는 깨끗하지는 않습니다.
걸레질이 필요하니 업소에서 쓰는 가로 120cm짜리 대걸레로 몇 번 휙휙 지나갑니다. 그래도 약간의 퐁퐁과 식초만 있으면 바닥이 깨끗합니다. 심지어 뽀송뽀송 하기까지 합니다.
로봇청소기도 자주 애용하는데 얘가 뭘 먹었는데 이물질이 끼었다고 일을 안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이물질 제거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보기에 없어 보이거든요.
" 이거 안 돼. 그래서 청소하고 싶었는데 못했네~ " 라고 말하며 이건 네 일이다~라고 남편에게 토스합니다.
깔끔한 남편과 게으르고 청소 싫어하는 아내가 만나 이제는 어느정도 중간 정도로 정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 안 변합니다.
" 여보 나 청소했어. 깨끗하지~?" 라고 말하면 남편이 웃으며 말합니다.
" 이제 내가 할 차례네~. 우리 와이프가 또 어디 쑤셔 박아 놨나?"
안 할 수는 없지만 깨끗할 필요까지야.
운동이 필요한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안 한다고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해야 할 급한 일이 있을 경우에는 미루게 되지요. 청소도 똑같은 것 같습니다. 아니 청소는 오히려 운동보다 더 시간 낭비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최대한 쉽게 살겠다고 식기세척기에 로봇 청소기는 있지만 물걸레 청소기에 또 눈길이 갑니다.
운동을 할 때 장빗발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죠?
저는 청소할 때 장비발 세우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 장비로 더 잘할 생각이 없으니까요. ' 더 쉬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자꾸 눈길이 가는 것 같습니다.
청소기 하니까 생각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저희 남편이 네 생일 선물이라며 청소기를 하나 구입하더군요.
쌍욕을 했습니다. " 난 청소기 없어야 더 잘 산다고~"
앞으로의 청소 계획
남편이 깨끗한 집을 너무 좋아하니까.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면 편하게 쉬게 하고 싶으니까.
이런 마음에 청소하긴 합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죠. 내가 그들 종도 아니고.
학원을 하기 때문에 오후에 출근합니다. 점심을 먹고 좋아하는 드라마 한 편 보고 나면 출근 시간이 됩니다. 드라마 본다고 소파에 누워 있다 보면 잠깐 낮잠도 잡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저는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설거지하는 그런 인간미 없는 사람이 아닌지라 일요일 저녁 설거지는 보통 월요일 점심쯤 합니다. ( 남편과 청소에 대해 평균치를 찾았다고 해도 사람 안 바뀝니다. )
그러다 그 밥 먹은 직후 시간을 청소 시간으로 바꾼 적이 있었습니다. 한 일주일 그렇게 했습니다. 밥을 먹고 바로 눕지 않고 청소했습니다. 그렇게 루틴을 바꾸었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살이 2킬로가 빠진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점심을 먹운 후 청소를 다이어트의 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바꾸니 청소하는 것이 그리 억울하고 힘들진 않더군요. 시간이 아주 아깝다는 생각만 할 뿐.
저는 결심했습니다. 살도 빠지고 기분도 좋아지는 청소지만 부수입이 30만 원만 생겨도 2시간짜리 가사 도우미를 쓰리라~ 하고 말입니다.
앞으로의 청소에 대한 저의 계획은 '전문 가사 도우미'십니다.